이자금지, 네 형제의 손이 네 곁에서 축 쳐져 있을 때
이자금지, 네 형제의 손이 네 곁에서 축 쳐져 있을 때
“참으로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손이 네 곁에서 축 처져 있을 때, 너는 그를 붙잡아 나그네 또는 동거인처럼 너와 함께 살아야 한다.” 레위기 25:35
본문읽기4.는 히브리들에게 희년신앙 행동계약으로써 꼭 지켜야할 ‘이자금지와 사회경제약자 돌봄’ 행동법규를 명령한다. 만약 가나한 형제가 자기 손을 축 늘어뜨리고 내 곁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훼 하나님은 앞뒤가리지 말고 가난한 네 형제를 붙잡아 일으키라고 명령한다. 그런 후에 그 가난한 형제를 내 손님 또는 동거인처럼 여겨서 함께 살라고 명령한다. 이 명령이야말로 희년신앙 행동계약법규 ‘약자 돌봄’의 핵심이다.
이때 본문은 ‘마타 야도 מָטָה יָדֹו 네 형제의 축 처진 손’이라는 히브리어 문구를 사용한다. 여기서 ‘마타’라는 히브리어 낱말은 ‘밑으로 또는 아래로’라는 뜻이다. 또 본문에서 사용하는 ‘임마크 עִמָּךְ 네 곁에’라는 히브리어 문구를 문맥에 따라 해석하면 ‘네 생활경제 그늘아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난한 형제가 모든 것을 잃고 죽을 지경에 이르러 내 생활경제 그늘아래 들어왔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얼른 손을 뻗어서 그 형제를 붙들어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그 형제가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설 때 까지 내 손님으로 동거인으로 함께 살아야 한다. 이때 ‘나그네’는 고대 성서주변세계의 사회문화 속에서 ‘내 손님’이다. 야훼 하나님은 왜 히브리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실까? 야훼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의 하나님 곧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더불어 히브리들은 파라오 노예제국에서 종살이 하던 노예였었기 때문이다.
“너는 그로부터 이자나 이윤을 거두지 마라. 너는 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 사람은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살아야한다. 너는 그에게 이자 때문에 너의 돈을 꾸어주지 마라. 이윤 때문에 네 양식을 꾸어주지 마라.” 레위기 25:36-37
앞서 토지공공성에서 살펴보았듯이 히브리들은 희년신앙 행동계약법규에 따라 땅 무르기를 해야 한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땅을 샀다면 언제든 땅을 판 사람의 땅 무르기 요구에 응해야 한다. 또 제삼자가 땅을 판 사람을 대신해서 땅 무르기를 요구 할 때도 그 땅을 물러주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땅 무르기를 할 때 처음 땅을 거래한 시점부터 땅값에 대한 높은 이자를 계산해야 한다면 땅 무르기가 어려워진다. 가난한 원래의 땅주인이 땅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해 진다. 이 때 실제로 필요한 것이 희년신앙 행동계약법규로서 이자금지제도다. 히브리 해방노예 사회․종교․정치․경제 공동체에서는 이자가 없다.
히브리사람이 히브리형제에게 ‘네쉐크 베타르비트 נֶשֶׁךְ וְתַרְבִּית 이자나 이윤 또는 불로소득’을 위해 돈이나 물품을 빌려주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때 ‘네쉐크’라는 히브리어 낱말의 원형동사가 ‘나솨크’인데 ‘물어뜯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리대금업이 가난하고 힘없는 풀뿌리 사람들의 삶의 마당에서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경고하는 동사다. 또한 ‘타르비트’의 원형동사는 ‘라바’인데 ‘번식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돈이 돈을 낳는 독점과 쌓음의 욕망을 나타내는 동사다.
그러나 실제로 야훼 하나님의 사람들로써 히브리 평등사회에서도 이런 부조리가 늘 있어 왔다. 히브리 지파동맹 평등사회를 기록한 사사기에도 이러한 부조리들이 자주 나타난다. 따라서 희년신앙 행동계약 행동법규에서는 이자금지를 명령한다. 실제로 히브리들의 사회경제 공동체를 지켜내는 밑바탕은 바로 이자금지제도다. 히브리들이 자기 노느매기 땅을 잃고 그 땅에서 쫓겨나서 농노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빚’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지중해세계에서 ‘빚’은 종종 ‘죄’를 가리키는 상징어로써의 역할을 해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빚을 지우고 그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죄’라고 몰아붙였다. ‘빚을 죄로 몰아붙이는 것’은 성서 주변세계 노예제국 지배체제 이데올로기였다. 따라서 성서주변 고대 지중해세계에는 채무노예제도가 널리 퍼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역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문명 지역에서도 노예를 사고파는 노예시장이 활발했다. 성서주변 고대 지중해세계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고리대금업으로 낚아서 채무노예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아주 손쉬운 불로소득이었다. 그러므로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를 탈출한 히브리 지파동맹은 이자금지제도를 사회․종교․정치․경제 공동체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하여 본문읽기4.의 마지막 문장은 산문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갖잖다. 의미전달은 분명히 시(詩)운율이지만 산문(散文)형태로 쓰여 있다. 필자 나름대로 시(詩)운율로 꾸며서 옮겨 적었다.
“나는 너희를 위한 하나님이 되고 싶어서
너희에게 가나안 땅을 주려고
너희를 이집트 땅으로부터 이끌어 낸
너희 하나님 야훼다.” 레위기 2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