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성서읽기/시대의 언어로 읽는 구약성서

희년신앙의 맥, 히브리 노예들의 성공신화 '모세이야기' 4. 히브리 노예들의 신음과 절규

희년행동 2022. 8. 31. 08:44

 

희년신앙의 맥 : 히브리 노예들의 성공신화 '모세이야기' 4

히브리 노예들의 신음과 절규

 

 

본문읽기-3 (출애굽기 2:23-25)

야훼 하나님께서 히브리 노예들의 형편을 아시다.

 

그 많은 날들이 지나서, 이집트의 왕이 죽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노역으로 인해 신음하며 아우성쳤다. 그들은 하나님께 도움과 구원을 빌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움과 구원을 요청하는 그들의 절규가 하나님께 이르렀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신음, 절규를 들으셨다. 그리고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셨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굽어보시고 (그들의 형편을) 아시게 되었다.

 

낱말풀이

 

* 예아네후 베네-이스라엘 민 하아보다 יֵּאָנְחוּ בְנֵֽי־יִשְׂרָאֵל מִן־הָעֲבֹדָה

이스라엘 자손들은 노역으로 인해 신음하며 아우성쳤다.

* 솨베아탐 שַׁוְעָתָם 도움과 구원을 요청하는 그들의 절규

* 이쉬마 엘로힘 에트-나아카탐 יִּשְׁמַע אֱלֹהִים אֶת־נַאֲקָתָם

하나님께서 그들의 신음, 절규를 들으셨다.

* 야르 엘로힘 에트-베네 이스라엘 바예다 엘로힘 יַּרְא אֱלֹהִים אֶת־בְּנֵי יִשְׂרָאֵל וַיֵּדַע אֱלֹהִֽים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굽어보시고 (그들의 형편을) 아시게 되었다.

 

 

본문풀이 : 야훼 하나님께서 히브리 노예들의 형편을 아시다.

 

본문읽기 3은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에서 종살이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삶의 상황과 모세의 권리투쟁 실패 사이에서 ‘야훼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에 개입 하시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본문읽기 3의 실제내용은 ‘어떻게 해야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 야훼를 역사 속으로 불러낼 수 있는가’이다.

“그 많은 날들이 지나서 이집트의 왕이 죽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노역으로 인해 신음하며 아우성쳤다. 그들은 하나님께 도움과 구원을 빌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움과 구원을 비는 그들의 절규가 하나님께 이르렀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신음, 절규를 들으셨다. 그리고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셨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굽어보시고 (그들의 형편을) 아시게 되었다.”

여기서 사용된 히브리어 동사 ‘예아느후 יֵּאָנְחוּ’는 ‘신음과 탄식으로 아우성치는 모습’을 나타내는 ‘상태 동사’이다.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에서의 작은 이익과 권리다툼에 몰두하던 히브리들의 싸움과 모세의 권리투쟁. 그 모든 발버둥이 허망하게 끝나고 만 때. 이제, 히브리 노예들은 자신의 삶의 상황에 절망하고 탄식하며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이 때 사용하는 ‘자아크’라는 히브리어 동사도 마찬가지이다. 도움과 구원을 요청하며 울부짖는 히브리 노예들의 삶의 고통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야훼 하나님의 해방과 구원은 무엇으로부터 임하는가? 신령스럽고 비밀스러우며 확신에 찬 믿음의 기도로부터인가? 아니다!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에서 모든 희망이 사라진 절망가운데서 터져 나오는 신음과 절규로부터 야훼 하나님의 해방과 구원사건이 시작된다.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에서의 자아능력상실. 그래서 오직 야훼 하나님만 바랄 수밖에 없는 절망자의 삶속으로 야훼 하나님의 해방과 구원의 능력이 침투한다.

이렇듯이 본문읽기 3에서 사용하는 히브리어 낱말 ‘쏴베아탐 שַׁוְעָתָם 도움과 구원을 요청하는 절규’야말로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에서의 삶의 투쟁’이 다한 자리이다. 이 히브리어 낱말은 ‘때로는 크고 요란스럽게, 때로는 애처롭게,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의 삶의 절망과 고통’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동사 ‘솨베아’로부터 왔다.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의 작은 이익과 권리에 대한 경쟁과 다툼에서 소외된 자의 삶의 자리,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 세상 이외에는 어떤 새로운 세상도 꿈꾸지 못하는 삶의 자리, 허망한 권리투쟁에서 처참하게 패망한 이들에게서 속절없이 솟구쳐 나오는 삶의 절규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하나님께서 그들의 신음과 절규를 들으셨다. 그리고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셨다. 여기서 ‘브리트 – 언약’이란, 본래 대등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맺는 법률관계이다. 그러나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언약은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언약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언약 상대로서 사람이 감히 하나님의 언약의 요구들을 제대로 감당하고 수용할 능력이 있을까? 만약 ‘사람이 하나님과의 언약의 의무를 마땅히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지간히 교만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제, 야훼 하나님은 스스로 하나님의 언약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야훼 하나님 자신의 직접행동의 전제를 만드신다. 그것이 바로 ‘임마누엘’이다. 하나님께서 직접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이 되셔서 히브리 노예들의 삶의 고통과 절망 그들의 신음과 절규에 참여하시고 연대하시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야훼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언약은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총일 수밖에 없다.

“야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굽어보시고 (그들의 형편을) 아시게 되었다.”

우리말 성서는 이 문장을 ‘권념(眷念)하셨다 - 돌아보고 생각하셨다’라는 어려운 한자말로 번역했다. 그런데 야훼 하나님은 이제야 비로써 히브리 노예들의 형편을 살펴보시고 그들의 고통과 절망의 상황을 알게 되셨을까? 아니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의 히브리 노예들을 주목하시고 그들의 상황을 안타까워 하셨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언약을 들먹이며 장황하게 당신의 심사를 표현하신다. 문제는 야훼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의 히브리 노예들이 자신들의 주인인 파라오가 던져주는 떡 한 덩어리 또는 고기 한 조각에 목을 맨 채 ‘오직 그것만을 갈망했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21세기 교회들이 ‘예수의 하나님나라’를 감히 이 땅에서 추구하지 못한 채 사뭇 저 세상으로만 밀어붙이는 이유가 명백해 졌다. 바로 오늘 우리의 교회가 ‘임마누엘의 하나님 나라’를 사는 것보다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의 ‘돈 귀신 또는 황소귀신’ 섬기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히브리는 고대 이집트·아시아 문명세계의 사회계층 용어이다.

 

본문읽기 3에서 ‘히브리 עִבְרִי 이브리’라는 용어는 이스라엘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히브리’는 기원전 2,000경 이집트․아시아 문명지역의 용병·노예·농노 등을 통칭하는 사회계층 용어 ‘하비루 Habiru 또는 아피루 Apiru’와 같은 말이다. 실제로 히브리 성서 출애굽기는 파라오 노예제국에서 종살이 하던 히브리 노예들에게 하나님 야훼의 나타심을 증언한다. 출애굽기야말로 야훼 하나님의 해방과 구원활동을 히브리 해방노예들의 신앙과 삶의 언어로 고백하고 기록하며 증언하는 책이다. 그러므로 히브리 성서의 핵심은 출애굽기이다. 출애굽기의 핵심은 출애굽사건이다. 출애굽사건의 핵심은 야훼신앙이다. 야훼신앙의 핵심은 희년신앙이다.

이러할 때 본문읽기 1의 모세탄생설화와 모세의 권리투쟁이야기는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에서 종살이 하는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하고 구원하시는 야훼 하나님의 출애굽사건을 예고한다. 모세탄생설화가 출애굽기 1장의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에서 종살이하는 히브리들의 처참한 삶의 상황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증언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모세의 투쟁이야기도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지도자 모세의 인간적인 권리투쟁과 실패를 소개할 뿐이다. 본문읽기 3에서도 파라오 노예제국에서 종살이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고통과 절망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그럼으로써 모세의 권리투쟁과 실패사이에서 하나님이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과 구원역사에 개입하시게 되는 상황을 묘사한다.

마침내 야훼 하나님께서 하나님 없는 노예세상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신음과 절규를 들으셨다. 그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신음과 절규야말로 야훼 하나님의 저항의 연대와 공동체 참여의 밑바탕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결코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의 하나님이 되실 수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야훼 하나님은 파라오 노예제국 지배체제로부터 착취당하고 억압받으며 고통을 당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야훼 하나님께서는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으로서 파라오 노예제국으로부터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하시고 구원하셨다. 또한 히브리 노예들은 야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해방과 구원, 정의와 평등, 생명평화의 야훼신앙·희년신앙을 고백하고 선포하며 행동하였다. 나아가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히브리 성서 야훼신앙·희년신앙을 밑바탕으로 갈릴리 민초들과 함께 이 땅의 하나님나라 복음을 선포하고 행동하며 누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