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행동 2023. 8. 2. 08:46

바젤탑

 

 

책소개

 

이 책은 중앙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국제결제은행 창설부터 현재까지 BIS 역사 전체가 서술의 대상이다.

저널리스트가 수년 동안의 조사를 거친 다음 쓴 이 책은 국제결제은행과 중앙은행의 역사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BIS중앙은행들을 이끈 중요 인물들, BIS와 얽힌 사건들을 국제금융이라는 배경 속에서 역사소설처럼 엮는다. 따라서 이 책은 전문 분야를 다룬 저서이지만 마치 흥미로운 탐정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전문 영역을 다루지만 일반 비전문가 독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금융의 역사, 중앙은행의 본질과 역할, 금융자본의 행태, 금융위기의 내막을 교양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입문서로서 읽을 수 있다.

 

목차

 

서론

 

1부 자본이 먼저다.

 

1장 중앙은행가들의 꿈의 은행

(1차 세계대전 이후 배상금 문제, 마법사 얄마르 샤흐트, 국제결제은행의 구상)

2장 바젤의 은밀한 클럽

(BIS를 둘러싼 독일과 미국 인맥, BIS 탄생)

3장 가장 쓸모 있는 은행

(BIS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은 독일, 미국의 BIS 불참가, 월 스트리트의 투기)

4장 나치에 이용당하는 BIS

(변질되는 BIS, 나치 독일의 자산 약탈, 유럽의 전운)

5장 합법적인 약탈

(나치의 체코 금 약탈과 BIS의 형식적 중립성, 금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BIS)

6장 히틀러를 돕는 미국인 은행가

(유럽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미국인, BIS 중립성의 침해)

7장 전쟁에서 돈 버는 월 스트리트

(정보전에 말려드는 BIS 총재, 전쟁을 돈 버는 기회로 이용하는 월스트리트)

8장 적과 맺은 협정

(해산 위기에 내몰린 BIS, 전후를 준비하려는 움직임)

 

2부 연방제국

 

9장 유럽의 통합을 요구하는 미국

(유럽 재건을 향한 발걸음, 새로운 역할을 발견한 BIS)

10장 처벌받지 않은 전쟁 범죄

(나치가 세운 전후 계획,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면죄)

11장 불사조처럼 살아나는 독일

(독일에 유리한 유럽통합, 통합을 부추기는 미국)

12장 책상물림 살인자들의 귀환

(위기를 틈타 복귀하는 전범 은행가들, 국제금융기관으로 기능하는 BIS)

13장 솟아오르는 바젤탑

(바젤탑의 건설, 은행위기와 BIS의 자본규제)

 

3부 붕괴

 

14장 두 번째 탑

(나치가 구상한 유럽통합, 단일통화 유로를 향해서)

15장 모든 것을 보는 눈

(세계화와 BIS의 성장, 중앙은행총재들의 끼리끼리 의식)

16장 성채 균열

(너무 커버린 국제금융계의 BIS, BIS 개혁의 길)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책속에서

 

P. 24

국제연합이나 국제통화기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BIS에서 일하는 직원(특히 고위직)들 가운데 일부는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그들은 책임성이나 투명성과 같은 일반적인 관념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P. 25

중앙은행가들은 자기들이 금융의 대제사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그들은 내부집단에서 자기끼리 선택한 소수의 엘리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화폐 의식과 금융 의례를 감독하는 전문가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P. 26

BIS는 설립 첫날부터 중앙은행의 이익을 확대하고 새로운 초국적 금융구조를 세우는 데 전념해 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BIS는 글로벌 수준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기술전문가라는 새로운 계급을 탄생시켰는데, 이 전문가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BIS, 국제통화기금, 여러 나라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고위직을 넘나들었다.

P. 31

오늘날 BIS는 자기의 사명이 세 가지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 세 가지란, “첫째, 화폐와 금융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들을 돕는 것, 둘째, 화폐와 금융 영역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것, 셋째, 중앙은행들의 은행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P. 41

BIS는 세계 최초의 국제 금융기관이자 중앙은행가들의 회담장소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가들은, 정치인들의 성가신 요구와 귀찮게 캐물으려는 언론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 금융시스템에 꼭 필요한 질서와 협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저자 및 역자소개

아담 레보어 (Adam LeBor) (지은이)

 

영국 출신의 작가, 저널리스트, 문예비평가이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타임즈(런던), 모노클, 크리틱등 수많은 언론에 기고했고 여러 권의 넌픽션 작품을 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나치와 스위스의 공모를 폭로한히틀러의 비밀 은행가가 있다. 그의 책은 열네 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었다.

최근작 : <바젤탑>

 

임수강 (옮긴이)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강력한 비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 BIS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우선 지급결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현금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실물 카드조차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실정. 사실상 돈은 디지털화된 신호를 따라 전자 장부에 적힐 뿐 물리적인 이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은행 앱에 찍힌 내 월급의 지폐 더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매달 우리 회사의 금고에서 은행 금고로 현금이 이동되는 걸까? 어떤 존재의 의미를 확실하게 드러내려면 그것의 부재를 가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급결제 시스템이 없다면 바로 앞에서 언급한 현금의 이동이 매 순간 일어나야 한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신한은행으로 5만 원을 보냈다? 그 순간 카뱅의 직원은 현금을 들고 신한은행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 돈을 받은 신한은행이 금고에 5만 원을 넣고 당신의 계좌에 적어 넣으면 비로소 이체 완료다.

이 방법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효율적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과거 은행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자 혹은 양자 간 지급결제를 이용했는데, 이 말은 상호 간의 이체 거래는 일단 장부에만 적어놓고 실제 현금의 이동은 정기적으로 날을 맞춰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퍽 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방식도 참가자가 늘어나면 극도로 복잡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청산과 결제를 담당하는 공동기관이 탄생한다. 오늘날 우리는 이 기관의 이름을 중앙은행이라 부른다.

모든 은행은 중앙은행(한국은행)에 당좌 계좌를 연 뒤 일정 금액을 예치한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만 70조 원이 넘는 돈이 손을 바꾸는데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주고받은 돈의 총합이 0이라면 현금은 이동할 필요가 없고 차액이 있다면 그만큼만 중앙은행의 금고에서 또 다른 금고로 이동하면 된다. BIS는 바로 이 기능을 국가 간 거래에서 제공하는 기관이다.

 

<바젤탑>BIS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국가 간 지급결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며, 그 핵심에서 발견할 기회는 무엇인지, 리플 같은 암호화폐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바젤탑>은 정확히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이 책은 BIS의 기능보다 정치적 역할에 집중한다. 독일의 1차 세계대전 전쟁 배상금을 수취하여 다른 나라에 지급하기 위해 탄생한 이 은행은 이후 나치의 전쟁 경제를 운영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사람들은 각국의 중앙은행을 사악한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신성한 기관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은 권력자의 의도나 이해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 정부의 중앙은행이라 볼 수 있는 BIS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술 했듯 BIS의 역사는 그 어떤 은행보다 정치적 똥투성이로 가득하다.

사실 중립이란 말만큼 허구적인 게 없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의 노력을 '정치'라 정의한다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인간의 행위는 정치적이다. 은행이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정치적 통제와 감시를 받는 것 또한 합당한 게 아닐까? 더욱이 단 한 번의 결정으로 수많은 지구인들이 직장을 잃거나 삶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기관이라면 말이다.

취지에는 상당히 공감하는 바이나 이러한 얘기를 반복해서 지루하게 늘어놓는 게 <바젤탑>의 한계다. 그들의 선택과 존재가 실물 경제에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들을 어떻게 견제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BIS와 나치의 관계를 부각하여 사람들에게 이 비밀스러운 슈퍼파워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목적은 알겠으나, 그 내용을 400페이지나 반복하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