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과 이스라엘 아들들의 연대기
히브리 성서 창세기는 기원전 2천 년대부터 1천2백년 대까지 가나안땅과 이집트 땅을 정처 없이 떠돌던 히브리들의 조상들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역사를 기록한다. 물론 21세기 성서독자들이 히브리 족장시대의 역사를 굳이 역사실증주의로 따져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히브리 해방노예들의 출애굽 해방과 구원사건조차 히브리 성서 외에 역사실증주의 자료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성서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고대 이집트제국 연대기에 비추어 히브리들의 이집트 땅 정착과 출애굽 해방과 구원사건의 연대를 추정해 왔다. 출애굽 해방과 구원사건 연대기를 찾는 신학 작업이 히브리 성서 출애굽기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성서학자들은 본문에서 ‘야곱과 이스라엘의 아들들’이 언제 이집트로 갔는지? 고대 이집트제국의 연대기와 맞추어 보려고 애를 써왔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성서학자들은 야곱과 이스라엘의 아들들의 이집트 이주시기를 힉소스(Hyksos) 시대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고대 인류종교․문명사에서 이집트제국과 메소포타미아 제국들은 번갈아 가며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지역을 지배했다. 그런데 기원전 1천8백 년대 무렵에는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아시아 셈족 계 힉소스가 성서주변세계 역사 속으로 들어왔다. 힉소스는 ‘전차와 활 등 새로운 전쟁무기’로 무장한 채 짧은 시간에 팔레스타인 모든 지역과 시리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정복했다. 그들은 이집트 땅의 도시들을 파괴하고 신전들을 불태우며 토착민 마을들을 짓밟았다.
이렇듯이 힉소스는 나일 강 하류지역에 수도를 정하고 이집트 땅을 통치했다. 힉소스가 이집트 땅을 통치했던 시기는 대략 기원전 1천7백20년에서 1천5백75년 사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고대 이집트 연대기에서 중간왕국 제2중간시대(15-17왕조)이다. 그 무렵에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지역에서 여러 셈족계통의 아시아인들이 이집트로 대거 이주해 왔다. 이 시대 이집트 제사장들의 기록물에는 힉소스의 이집트 통치에 대한 공포와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집트제국 제사장들은 힉소스사람들을 ‘야만인, 문둥병자’라고 기록했다. 이러한 고대 이집트 연대기에 비추어 본문에서 새로운 이집트제국의 파라오가 히브리 노예들의 세력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장면은 이해할 만하다.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왕이 이집트 위에 일어섰다. 그가 자기 사람들에게 말했다.
보라. 이스라엘 후손들의 무리가 많고 우리보다 세력이 커졌다.
모여라. 그 무리가 더 많아지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그 무리에 대하여 현명하게 대처하자!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났을 때에는
그 무리가 함께 우리의 적들과 연합하여 우리와 싸우고
이 땅으로부터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야곱과 그의 아들들의 이집트이주가 아주 오랜 ‘창세기 요셉이야기’에서 이루어졌는지? 힉소스가 이집트제국을 통치할 때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아니면, 시대와 관계없이 이리저리 가나안 땅을 떠돌다가 따로 따로 이집트 땅으로 들어와서 정착했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야곱과 그의 아들들의 무리가 이집트 땅 토착주민들과 갈등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힉소스통치 이후에 새로 일어난 이집트제국 18왕조는 이집트 토착주민들이 세웠다. 이집트제국 18왕조세력은 이집트 땅에서 힉소스를 몰아내기 위해 애를 썼다. 이때 아시아 셈족 계 히브리 노예들의 태도가 방관자이었거나 이집트 사람들에게 적대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이집트 토착주민 왕조가 같은 아시아 셈족 계 히브리 노예들을 박해했을 것은 묻지 않아도 빤한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이집트제국의 파라오는 히브리 노예들을 멸시하고 억압하며 강제노동에 동원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이집트제국의 관료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된 노예들의 벽돌생산량을 파피루스 문서에 기록해 놓았다. 예를 들면, 강제노역에 동원된 노예 사십 명을 관리하는 작업반장은 하루 8만개의 벽돌을 생산해서 바쳐야만 했다. 강제노역에 동원 된 노예 한사람이 하루에 2천개의 벽돌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숫자는 고대사회 기록물들의 부풀림이거나 허풍치레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 기록물들의 강제노동내용들은 이집트 땅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삶을 괴롭게 하고 쓰라리게 할 만큼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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