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두툼한 그리고 한없이 따뜻했던 이웃집 부자 할머니(?) 권사님의 손
무자년 원단(元旦)에 ‘좋은 기도동산’이라는 곳에서 금식기도를 했습니다.
새해를 맞아 이곳저곳에서 함께 단식하기를 권유하는 벗님들이 있기도 했고..
스스로도 무언가 내려놓고 매듭지어야 될 것들이 있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있었답니다.
평소에도 제법 나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들어 있던 터.
모든 욕구에 대한 저항으로써의 금식은 그 욕구들의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지요.
하나 둘, 버려야 할 것들과 풀거나 매듭지어 결단해야 할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슬며시 마음의 갈고리에 걸어 그 실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놀랍고 두려워 몸이 떨렸지요.
버려야 할 것들과 결단해야 할 것들, 그 끝자락에 오래 지켜 보존해온 나의 소중한 보물들이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엊그제, 부자청년비유를 통하여 어떤 사람에게 부(돈)에 대한 분노와 욕설을 퍼부었었는데..
그 분노와 욕설 끄트머리에 슬그머니 딸려 나온 것은 “시골집 장독대 담장위로 고구마 소쿠리, 보리쌀자루, 불쑥불쑥 넘나들던 거칠고 두툼한 그리고 한없이 따뜻했던 이웃집 부자 할머니(?) 권사님의 손”이었습니다.
대형교회, 관행교회들을 향한 나의 미움과 분노 그 끄트머리에선 내 어린 날의 교회, 동무들, 선생님, 목사님 그리고 어머니 얼굴이 차례로 이어져 나왔지요.
그렇습니다.
무한경쟁 무한독점 무한소비에 대한 나의 분노와 저항은 시골집 담장을 넘나들던 이웃집 부자 할머니 권사님의 크고 따뜻했던 손에 대한 사랑과 존경입니다.
또한 오늘 상업화 되고 권력화 된 한국의 대형교회 및 관행교회에 대한 나의 미움과 욕설은 내 어린 날의 순수하고 소박했던 신앙에 대한 지조(志操)이며 그리움입니다.
아, 이러 할 때.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결단해야 할까요!
새해, 새날, 새아침 무언가 버리고 비우고 결단하기 위한 나의 금식기도는 아름답고 소중한 나의 보물창고를 정돈하고 간수하는 것을 마무리 되었지요.
다만, 올 한해 나의 보물을 오늘의 내 삶에 되살려 실천하는 것을 과제로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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